하루 사이에 이렇게 댓글이 많이 달리고..
랭킹에 올라 갈 줄은 몰랐네요..
100개가 넘는 댓글들 하나 하나 확인 했어요..
좀 답답한 고구마 같지만.. 변명을 좀 해보자면
그 친구가 저에게는 진짜 고마운 친구였어요.
정말 별거 아니었지만 학창 시절에 먼저 손 내밀어주고
저희 집 어려운 거 알아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던 뭘 하던..
제 자존심 안 상하게 자기가 먹고 싶으니 자기가 사주는 게 맞다고 그렇게 저를 이끌어주고 했던 친구였거든요.
남들이 말 하는 인생에서 몇 없을만한 “진짜 친구” 라고 생각해서.. 넷째까지도 애기들 돌잔치 할 때 돈 챙겨줬었어요.
그 당시에 단톡방에 다른 친구들도 갠톡와서 몇째까지 챙기던 그건 니 마음이니까 상관 없는데 액수가 과한 거 아니냐고 얘기 했을 때도.. 전 정말 안 아까웠거든요.
제가 어려울 때 손 내밀어줬던 친구고,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 적에.. 창피해서 다른 친구들은 못 데리고 와도 그 친구 한 명은 마음 편하게 데리고 올 수 있을 정도로..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돈으로 표현하겠어요. 그 당시에는 오히려 30만원 밖에 못 줘서 미안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댓글들을 보고.. 참.. 기분이 그렇더라구요.
저도 사실.. 친구가 하도 뭐라 하니까.. 울컥하고 기분 상하긴 했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잘못한건가, 그래서 친구가 그렇게까지 뭐라고 했던 건가, 싶기도 했었는데..
다행히 제가 잘못한 건 아니었나봐요..
단톡방 다른 친구들이랑 따로 방을 파서 얘기를 해봤어요.
다른 친구들은 둘째까지만 인당 10만원씩 해서 총 20만원 정도? 챙겨줬다고 하더라구요.
어제 싸웠던 것도.. 단톡방에서 싸운 거라 다른 친구들도 다 봤어요. 아이 다섯 키우는 친구가.. 단톡방에서 징징거리니까 너무 화나서 단톡방에서 제가 먼저 화를 냈었거든요..
다른 친구들도 하나같이 하는 말이 어릴 적에 고작 떡볶이 몇 번, 과자 몇 번 얻어 먹은 걸로 생명의 은인인 양 제가 그 친구를 너무 떠받들어 모시는 것 같다고 말이 나온 적도 있었다고 해요..
그 친구들도 13년 지기 고등학교 친구들이거든요
고등학생 때 몇몇 여자애들은 이유 없이 저를 싫어하는 티를 너무 많이 내기도 했었는데.. 그게 이유 없이가 아니라 그냥 제가 자처해서 시녀노릇 하고 다니니까 그게 꼴보기 싫었다고도 하고.. 뭐..
제가 호구가 맞았던 것 같아요.
댓글 보고, 13년지기 다른 친구들 얘기도 듣고, 그 친구들이 아이 다섯 키우는 친구더러 뻔뻔한 빈대 등.. 욕 엄청 하는 거 보니까 정신이 확 들더라구요.
아침에 아이 다섯 키우는 친구에게 이제 그만 하자고..
그 친구 결혼 할 때도 23살 어린 나이에 알바해서 100만원 냈던 거, 생일마다 딱히 갖고 싶다고 한 게 없어서 백화점 상품권 챙겨준 거, 아이 네 명 돌잔치 한다고 준 120만원, 그 외에도.. 하.. 늘어놓고 보니 진짜 많네요.
그 외에 자잘하게 어린이날이라고 친구한테 애기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애기들 옷 예쁜 거 사 입히라고 얼마 보내주고.. 내 옷 살려고 쇼핑몰 보다가 연관 되어 아기 옷들 보이면 내 옷이 아니라 애기 옷 사서 보내주고..
그냥 그런 거.. 좀 찌질할 수는 있지만.. 하나 하나 적어서 보냈습니다.
어린 날, 그 친구가 나한테 해줬던 거 값을 다 매길 수는 없지만 이만하면 너한테 충분히 돌려줬던 것 같다고. 더 이상은 너랑 얼굴보고 잘 지낼 자신이 없으니 여기까지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카톡 읽긴 했는데 답이 없네요..
제가 정신 차릴 수 있도록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댓글 중에 이런 댓글이 있더라구요.
둘이 합쳐 월 700을 버는데, 돈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
아이가 생기면 월 1000을 벌어도 안될테니까…?
기본적으로 사치는 안하는 성격이라면서 이게 무슨?
아이는 돈으로 키우는 거 아닙니다.
월 300 벌어서도 아이 둘 바르고 건강하게 잘 키우면서 네 식구 행복하게 사는 집도 봤습니다.
그 집 아이들이 부족하게 크지 않냐구요?
형은 줄반장에 전교 학생회장이고,
동생도 3, 4학년 연속 학급반장입니다.
어떻게 생각들이 아이를 돈으로 바를 생각들만 하는거죠?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서 댓글 남깁니다.
본문에도 적어놨지만 저랑 남편은 흙수저 출신입니다.
특히나 저는 돈이 있다가 없던 생활을 해 봐서 남들 다 하는 것을 나만 못 하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지, 진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수영도 배우고.. 발레도 하고. 하고 싶다는 건 다 해주셨어요.
초6 겨울방학 때 집안이 폭싹 내려앉았고, 중학교는 정말 암울했습니다. 거기에 사춘기까지 겹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부모님 원망, 정말 많이 했어요.
부모님 잘못이 아닌 것은 알지만.. 중2 수학여행 갔을 때.. 친구들은 기념품이다 뭐다 하면서 이것 저것 사서 갈 때 저는 용돈이 없어서 그런 거 일절 못 했었구요. 학교 마치고 친구들이 학원 가기 싫다, 학원 가기 전에 뭐 먹고 가자, 이러는 거.. 진짜 부러웠어요.
저는 학교 마치고 나면 집에 가서 아침에 먹었던 거 설거지 하고 아픈 아버지 식사랑 약 챙겨드리고.. 밤 늦게 들어오시는 엄마.. 간단하게라도 식사 챙겨드리고 집 청소하고.. 그랬었거든요.
그 당시에 저만 힘든 것도 아니고 온 식구들이 전부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입장만 생각했습니다.
남들 다 하는 거 해주지도 못 할 거면 나를 왜 낳았는지, 그냥 낳지 말지, 이런 생각 정말 많이 했었구요.
남편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이는 돈으로 키우는 거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 말 부정 안 해요. 돈 없어도 행복한 가정들 있겠죠.
하지만 저랑 남편은 이미 살아 온 환경이 있기 때문에
다 해주지 못 할 거라면 안 낳는 게 맞다고 생각 한 거예요.
저와 남편이 그 심정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요.
돈 없이도 행복한 가정들이 있겠지만, 모든 가정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여하튼.. 새해부터 정말 큰 일 치뤘다고 생각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언 해주셔서 감사해요.
2022년 한 해, 별 탈 없이 하시는 일 모두 잘 풀리길 바랍니다.